반응형

지난 추석 연휴에 가까운 지인들과 캠핑을 다녀왔다.


이번 캠핑의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더덕을 캐는 것이었다.

 

캠핑장 바로 뒤에 산이 있는데

주인 소유의 산이라 마음놓고 캐도 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둘째날 더덕 원정대가 꾸려졌다.


시뻘건 고추장 더덕구이를 떠올리며

다들 동참하겠다고 했던 첫날의 각오는 

늦더위에 꺾여버렸다.


결국 나를 포함한 세 명만이

더덕 원정대의 일원이 되었다.


장갑에 모종삽까지 들고

언제라도 캐낼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따라왔지만

점차 산세가 험해지는 길목에서 돌려보냈다.


군에서 더덕을 많이 캐보았다는 형님 말에 따르면

더덕은 향이 진해서 근처에 가면 금방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이 형님이 더덕의 제왕이 되는 것은 분명했다. 


눈앞에서 제왕의 자리를 놓칠 수는 없었다.


더덕 뿌리만 봤지,

잎이나 꽃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나는

인터넷에서 네 잎이 나란히 모아져 있는 사진을 찾았다.


눈으로는 네 잎짜리 식물을 쫓고,

코로는 풀냄새 사이에 숨어있는 더덕 향을 찾아 연신 벌름거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몇 번 비슷한 녀석들을 만나 

조심스레 뿌리까지 캐보았지만

모두 더덕이 아니었다.


그 많던 더덕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결국 더덕 원정대는

실패를 인정하고 본부로 돌아왔다.

아무도 더덕의 제왕이 되지 못했다.


주인아저씨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찾기가 쉽지 않을텐데...

찾아볼테면 찾아봐 하시던 그 미소.


잠시 실의에 빠져있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더덕의 제왕이 될 뻔했던 그 형님이 끓인 

능이백숙에 잃었던 기력이 되살아났다.

버섯의 제왕이라 불리는 능이버섯의 위력 때문이었다.


능이버섯은

평범할 수 있었던 백숙을 

아주 고급스럽고 맛깔나게 바꾸어주었다.


무엇보다

향이 아주 끝내줬다.


그렇게 더덕은 내 머리 속에서 서서히

아니, 아주 완벽히 사라졌다.


그때 장작 불쏘시개를 찾던

다른 형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더덕 아니야?"


우연히 뽑은 나뭇가지에 더덕 줄기가 감겨 있던 것이었다.


곧 그 주변에 있던 흙을 조심스레 파냈고,


마침내

작은 더덕 한 뿌리가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짜잔!

이것이 바로 야생 더덕이다.

바로 앞에 두고 온 산을 뒤졌던 것이다.


이래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생겨난 모양이다.

뭐든 내 주변부터 잘 살피고 볼 일이다.


구이를 할 만큼 크지 않았지만

찾았다는 것에 우리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잠시

제2의 더덕 원정대가 꾸려지나 싶었지만

능이백숙으로 인해 배가 불러 모두 꼼짝하지 않았다.


게다가

 서서히 날이 저물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더덕 한 뿌리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보냈다.


더덕은 여러 사람에게

먹거리로, 약으로, 또 이야기로 남아있었다.



더덕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성 풀꽃.


줄기

약 2m.

나무나 다른 풀을 감고 올라감.


뿌리

크고 굵은 방추 모양.


가장자리 밋밋한 형태.

짧은 가지 끝에 4개의 잎이 

서로 붙어서 마주남.


9~10월에 피어남.

종모양의

꽃잎이 하나인 통꽃.

꽃부리는 5개로 갈라져있으며 뒤로 약간 말림.

바깥은 연한 녹색,

안쪽은 남자색에 더 깊숙한 곳에 자갈색 반점이 많음.

진한 향을 가지고 있음.


생육

1~2월 : 싹을 틔움.

8~9월 : 줄기가 다 자람.

9~10 : 꽃이 피어남.

10~11월 : 열매를 맺고 열매가 익으면 씨앗이 떨어짐.


분포

한국, 일본, 중국


서식

전국 숲속의 습한 곳


 약효

강장, 해열, 거담, 해독, 최유(젖 분비), 배농, 소종


적용질환

기침, 인후염, 폐농양, 임파선염, 유선염, 젖 분비 부족, 종기,

해독(뱀이나 벌레 물린 경우)


복용방법

말린 약재를 가루로 빻거나 1회에 4~10g 씩 200cc 물로 달여 복용.

뱀이나 벌레에 물렸을 경우 생뿌리를 찧어 환부에 붙이거나 달인 물로 닦아냄.


 

수수께끼가 풀렸다.

왜 우리가 향을 맡을 수 없었는지.


나나 그 형님(더덕의 제왕이 될 뻔했던)이 맡으려고 했던 것은

더덕의 잎이나 뿌리에서 나는 냄새였다.


그러나

더덕은 뿌리나 잎보다 꽃의 향이 강하다.


물론 더덕 잎이나 뿌리의 향이 약한 것은 아니다.

다만 뿌리는 땅속에 있고, 잎은 꽃보다는 향이 약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더덕 꽃은 진한 향을 가지고 있는데다

통꽃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 개미나 벌, 나비가

다른 곤충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드나들 수 있게 한다.


또한 

꽃잎 안쪽의 자갈색 반점은 

개미나 벌, 나비 등을 암수술로 유인하여

자연스럽게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키야~

하나도 허투로 있는 것이 없다.

자연의 신비란...


아무튼

우리가 더덕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 더덕 꽃이 아직 피지 않았다.

2. 더덕 꽃이 핀 더덕은 누군가에게 이미 발견됐다.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절대 우리의 후각이나 시력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는

진짜 더덕의 제왕이 캔 아주 작은 더덕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는데 

어느새 누군가의 입에 들어갔는지 사라졌다.



더덕의 약효

더덕은 육식을 하지 않는 사찰에서

'산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를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특히 자연산 더덕은 식이섬유가

재배 더덕의 두 배이고

사포닌은 인삼과 버금간다고 해서

사삼(沙蔘)이라는 말도 있다.


사포닌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나 지방을 흡착, 배설하는 기능이 있다.


또한 

환절기 감기,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특히

 고산지대에서 오랫동안 자란 더덕일수록 약효가 뛰어나

산삼처럼 한 뿌리에 몇 백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산 더덕은 약 16%에 불과하여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주로 해발 400m 이상 고지대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자연산에 가깝다고 한다.


16%?

그 중의 하나를 우리가?


자연산 야생더덕을 찾는 일이 어려운 것만은 확실하다.

게다가 찾는 족족 캐오는 일이 많아 점점 더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고.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더덕 무단 채취는 불법


도시에 사는 나같은 사람이

더덕을 캐겠다고 아무 산에나 들어가서

운좋게 발견한다 한들 잡혀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 주인 없는 산은 없다.

높은 산은 나라에서 관리하고

낮은 산은 대개 다 주인이 있다.


산림청은 지방산림청과 협력하여 

산림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산림관련법에 따르면

입산통제구역에 입산하거나

산주의 동의 없이 밤, 도토리, 버섯, 더덕, 산약초 등의 

임산물을 채취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산주의 동의 없이 임산물을 채취하면

최고 징역 7년 또는 벌금 최고 2천만 원,

입산통제구역에 입산하면

최고 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실제로

야산에 있는 더덕을 캤다가

일가족 모두 잡혀간 경우도 있는데

알고보니 산주의 더덕밭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채취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야생생물관리협회는 지난 봄

더덕을 포함하여 도라지, 취나물 등 

토종식물 씨앗을 파종하기도 했다.


몸에 좋은 것은 물론

특유의 향과 쌉싸름한 맛으로 입맛까지 돋워주니

안 먹을 수는 없다.

다만 직접 캐기 보다는

잘 키운 더덕을 사 먹어야겠다.


더덕 중에는 

횡성 더덕을 으뜸이라고 한다.

전국 생산량의 1/4를 차지할 뿐 아니라

뛰어난 더덕 재배기술을 가지고 있어

자연산 더덕과 가장 유사한 품질과 효능을 자랑한다.


이미 끝났지만 

매년 9월 횡성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더덕축제가 열리니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맛보고 와도 좋을 것 같다.



더덕 요리

 

보통 껍질을 머리 쪽부터 벗기지만 

몸통부터 제거해야 끈적끈적한 진액이 묻지 않아 

더 쉽게 벗길 수 있다.


또한

손질한 더덕을 소금물에 담그면 쓴맛을 제거할 수 있고,

요리 전 방망이로 두드리면 

식감이 연해지고 향이 강해져 

더 맛있게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요리 후 남은 더덕은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보관하면

마르지 않고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더덕구이

하얀 속살에 고추장 양념을 살짝 발라 구워냄

돼기고기 볶음에 곁들이거나

오리고기와 함께 먹으면 원기 보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더덕 북어 전골

더덕 껍질 달인 물에 황태와 배추, 버섯 등을 넣어 보글보글 끓인다.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해소에 좋다.


더덕 튀김

손질한 더덕을 바삭하게 튀겨내면 향긋한 향이 일품이다.


더덕 물

말린 더덕을 푹 달여 물처럼 마시면 장 건강,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더덕 주스

더덕에 우유와 꿀을 넣고 갈면 가족 건강음료로 즐길 수 있다.


더덕 효소

더덕과 설탕을 1:1로 넣어 발효시킨 효소는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에 좋다.



더덕의 꽃말은 '성실'과 '감사'이다.

고개를 아래로 향하고 있는 

더덕 꽃과 잘 어울리는 꽃말이다.


봄 여름 가을까지

성실하게 자라 

튼튼하고 영양가 높은 뿌리를 가졌음에도

고개를 숙이고 오히려

자연에 감사하는 더덕 꽃.


나도 더덕처럼

성실하게 일하고 감사함으로 수확하는 

인간이고 싶다. 







[참고]

[몸에 좋은 산야초] 더덕

[야생화도감] 더덕

[위키백과] 더덕

[노컷뉴스] 제주의 풀꽃이야기 더덕꽃

[news1] '귀하다 귀해' 건강에 좋은 자연 식품 4가지

[경남매일] 임농수산물 무단채취하지 맙시다

[강원일보] 야생더덕인 줄 알고 캤는데, 일가족 농산물 절도 혐의 입건

[대전일보] 야생생물관리협회 서산지외 토종식물 씨앗 파종행사

[오마이뉴스] 인삼에 버금간다는 '사삼'의 정체는?

[mbc뉴스] 지금이 제철 산에서 나는 고기, 더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