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을 볼때
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정글, 혹은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라고 끊임없이 묻게 된다.
불을 피우는 것에서부터
사냥과 낚시, 수영 등
그야말로 수렵채집 생활을 해야하는데
배고프면 다 할 수 있겠지 싶다가도
고개가 절로 흔들어질 때가 있다.
특히, 얼마 전 방송됐던 코모도 편은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졌다.
지구상에 아직도 공룡이 남아있나
착각이 들 정도의 동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바로
코. 모. 도. 왕. 도. 마. 뱀.
도마뱀 하니까 조금 작은 느낌이 드는데,
영어로 하면 Komodo Dragon이다.
드래곤 하면 우리나라나 동양에서는
주로 용을 생각하지만,
서양과 중동, 인도 지역에서는
용과 생김이 다른 절설이나 신화 속 동물이다.
드래곤과 용의 차이
드래곤
도마뱀과 같은 성질에 박쥐의 날개와 유사한 날개를 지님.
태어날 때부터 드래곤의 모습을 가지고 있음.
용
뱀 같이 긴 몸에 수염이 있고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음.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어 변신한 형태.
어쨌든
코모도 드래곤은
날개를 제외하고는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드래곤과 닮았다.
그렇지만 나의 첫 느낌은
드래곤이나 용이라기보다
공룡이었다.
이 공룡의 이름은 안킬로사우루스
비슷하지 않은가?
용이든 드래곤이든
상상력의 근원은 공룡화석이라고 하니
용이든, 드래곤이든, 공룡이든
다 닮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잠시 안킬로사우루스에 대해 소개를 하면
가장 큰 반전이 초식공룡이라는 점이다.
싸움 좀 하게 생겼지만
육식공룡이 공격할 때만
방어를 위해 싸운다고 하니
무예가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안킬로사우루스
언제
약 6,500만 년 전인 백악기 후기에 활동.
길이
약 7.5m.
좌우 폭 약 1.8m.
몸무게
약 5t.
특징
몸은 두꺼운 가죽 사이에
갑옷처럼 촘촘하게 박힌 골판으로 뒤덮여 있음.
(포식자로부터 보호 기능)
꼬리에 뼈로된 곤봉 같은 것이 있어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킴.
식성
채식주의.
뿔처럼 생긴 입을 이용해
한 번에 많은 양의 식물을 잘라 먹음.
소화를 돕기 위한 발효기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
그래서 엄청난 양의 방귀를 뀜.
이에 반해
코모도왕도마뱀은 육식을 넘어 잡식에 가까운데
새끼들의 천적이 어른 코모도왕도마뱀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코모도는 섬 이름이지만
어감상 '코묻은'이랑 비슷하게 들려
어린이들의 코묻은 모습을 갈취하는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미지가 그려지기도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코모도왕도마뱀(코모도드래곤)
[형태]
도마뱀 중에서는 몸집이 가장 큰 종.
대부분의 비늘은 작은 돌 모양이며
커다란 비늘 주위에 고리모양으로 줄지어 있음.
목이 길고 몸통이 짧은 것이 특징.
근육질인 꼬리는 길고 크며 좌우로 납작.
[크기]
최대 길이 3m
몸무게 70kg
(*가장 큰 개체 길이 3.13m, 무게 166kg)
[서식지]
인도네시아 도서 지방의 사바나 지대.
열대관목림, 열대 사바나 및 열대 초원 등지에 서식.
[먹이]
작은 설치류에서 부터 큰 물소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육류.
새끼는 작은 도마뱀붙이나 곤충 따위.
사냥은 주로 늦은 아침에 하며 혀를 이용하여 냄새를 맡음.
사냥감을 공유하여 거의 버리는 것이 없음.
가끔씩 가축을 공격하기도 함.
[감각]
인간의 가청범위보다 좁은 범위의 소리 인지.
300미터 떨어진 물체를 볼 수 있으나
야간에는 시야가 제한적이고,
가만히 있는 물체는 제대로 식별하지 못함.
혀를 이용해 각종 자극 인지.
혀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썩은 고기 냄새를 맡을 수 있음.
[번식]
5~8월 짝짓기
9월 경 한 번에 20개 정도의 알을 낳음
7~8개월간 품어 이듬해 4월 부화
(새끼들의 먹이인 곤충들이 가장 풍부한 시기)
새끼들은 안전한 나무 위에서 생활
(새끼들의 가장 큰 위협은 어른 코도모왕도마뱀)
[수명]
약 30년
(성체까지 8~9년)
[행동양식]
몸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주로 땅에서 활동하며
섬과 섬사이를 이동하기 위해 바다를 헤엄치기도 함.
위협을 당하면 빨리 도망갈 수 있도록 위속의 내용물을 모두 토해냄.
[분포]
코모도 섬을 포함하는 인도네시아의 순드라(Sundar) 제도에 분포.
[현황]
자연에는 천적이 없으나
인간이 활동범위를 넓히면서
서로 경쟁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듬.
1910년 유럽에 알려진 이래,
동물원에서 닥치는 대로 포획이 이뤄진 것도
현재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원인 중 하나.
이 포식자는 자연에서 천적이 없다.
포유류, 다른 도마뱀, 무척추동물, 새까지 사냥한다고 한다.
위에 최대 몸무게 169kg이 나온 것은
코모도왕도마뱀이 자신의 무게 80%까지 먹어치우기 때문에
배에 먹이가 남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사냥 비결
1. 무리 사냥
코모도왕도마뱀은 다른 도마뱀과 달리
무리를 이뤄 사냥을 하기 때문에
자신들보다 훨씬 큰 몸집을 가진 짐승도
사냥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이들에 따르면
집단 사냥이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하는데
코모도왕도마뱀의 사냥터가 줄어들어
한 번에 배부를 수 있는 큰 먹이를 노리고 되었고
이를 위해 무리가 힘을 합쳐 사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부터든, 최근부터든
단독 사냥으로도 무시무시한데
무리가 덤비면
호랑이도 잡아먹지 않을까 싶다.
2. 박테리아? 독?
코모도왕도마뱀은 주로 죽은 고기를 먹지만
정글의 법칙에 나왔듯
주변에 보이는 살아있는 짐승들도
놓치지 않는다.
코모도왕도마뱀에게 물린 동물들은
쉽게 빠져나가기도 하고
혹은 그냥 보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물린 동물은 얼마 못 가 쓰러지고
코모도왕도마뱀은 이를 다시 찾아내 먹는다.
실제로
코모도왕도마뱀의 무는 힘은
악어보다 약하다고 한다.
그럼 무엇이 다른 짐승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걸까?
코모도왕도마뱀의 입 안은 항상 피범벅이라고 한다.
길고 날카로운 이빨 60여 개가 잇몸으로 덮여 있어
먹이를 먹을 때마다 잇몸이 찢어져 피가 나는 것이다.
피가 늘 입에 고여 있어
입 안에 각종 박테리아들이 서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패혈증을 일으키는 파스튜렐라균을 포함한
총 57종의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는데,
박테리아의 병원성이나 성장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고 한다.
그래서
코모도왕도마뱀에게 물린 동물들은
박테리아의 빠른 성장으로 패혈증이 와서
쓰러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9년, <미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 학술지 온란인판에 실린 논문을 보면
싱가포르 동물원의 죽기 직전 코모도왕도마뱀을 조사한 결과
독물을 분비하는 독샘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독샘에서 나오는 두 가지 독물은
하나는 피가 굳지 못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사냥감을 무력화 시키는 게
박테리아냐? 독이냐?
이 논쟁은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인데,
입 안에서 분비되는 여러 단백질에는
여러 기능이 있는데 이러한 복잡한 기능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독성물질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경우
잘못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내 생각은
독? 박테리아?
둘 다 인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뭐든 간에
절대 물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악어에게 물리면
콧구멍을 쑤시라고 했는데
코모도왕도마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무조건 물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만나지 말아야 한다.
싱가포르인 관광객이
허가되지 않은 구역에 들어가
사진을 찍다 물린 적도 있다고 하니
허가 여부를 떠나
만나지 말았으면 한다.
안 그래도 사람 때문에 서식지가 부족하다고 하니
구경은 삼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슈퍼박테리아, 물러가라
미국 조지 메이슨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프로테옴 연구 저널'에
코모도왕도마뱀의 피에서 48종의 항생 물질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의 사냥 습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사냥감을 한 입에 삼키지 못하면
한 번 물고 그냥 물러나는데
결국 침에 있는 독과 병원균이 먹잇감을 쓰러뜨린다.
여기까지는 코모도왕도마뱀의 일반적인 사냥술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동료끼리 서로 물었을 때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물려도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코모도왕도마뱀의 몸 안에는
치명적인 병원균을 이겨내는 항생 물질이 있다고 추정하게 된 것이다.
피를 분석해 본 결과
알려지지 않았던 48종의 항세균 페타이드(단백질 조각)을 찾아냈다.
이를 항생제가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의 조상 격인
포도상구균과 녹농균에 넣어 관찰한 결과
48종 중 8종이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70만 명이 수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죽는다고 하는데
코모도왕도마뱀의 피에서 항생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부디 코모도왕도마뱀이 수퍼박테리아를 잡을 수 있는
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빨리 죽는 암컷 코모도왕도마뱀
수컷들이 가사분담을 하지 않는 건
코모도왕도마뱀도 예외가 아닌 가 보다.
사이언스 데일리는
코모도왕도마뱀 수컷의 평균 수명이 60년인데 반해
암컷은 32년 밖에 안 된다고 보도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 국제연구진이
400마리를 10년간 관찰한 결과
암컷이 집 짓기, 알 지키기와 같은
힘든 육체노동을 혼자 떠맡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암컷들은 거대한 둥지를 짓고 알을 낳으면
최고 6개월간 꼼짝하지 않고 알을 지키는 등
번식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생명들도 있겠지만
모성애는 실로 위대한 본능이다.
무섭게만 생각했는데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
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외모로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쨌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하니
더는 마구 잡지 말고
안전한 곳에서 자연의 법칙대로 잘 살았으면 한다.
참고
[오로라 북스]갑옷 공룡 안킬로사우루스
[animal.memozee.com]동물이름사전, 코모도왕도마뱀
[지식아카이브] 독한 것들 No6. 코모도왕도마뱀
[한겨레]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 숲, 길이 3m 몸무게 100kg 도마뱀은 독사
[chosunbiz] 코모도왕도마뱀이 슈퍼박테리아 퇴치할 수 있을까?
[The science Times] 코모도왕도마뱀 암컷, 가사노동 지쳐 단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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