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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팬텀싱어2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노래 자체가 새로웠다.


평소에 듣지 못하던 가곡, 오페라, 뮤지컬을 들으니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인 가요와 달리

가사도 참 다양했다.


삶의 희망과 좌절, 위로, 기쁨, 슬픔 등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노래 가사에 녹아 있었다.


듣는 내내 저런 곡은 어디 가면 들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찾아서 듣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저런 노래들이라면 찾아서 듣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매주 같은 시간에 본방 사수는 물론

지난 방송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한 출연자를 응원하게 되었다.


그는 바로 베이스


고. 우. 림


저음으로 깔리는 목소리가 그렇게 멋질 수 없었다.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목소리와 노래 실력!


고우림씨가 부른 노래를 찾던 중,

다른 공연에서 부른 '명태'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고우림씨가 노래를 잘 한 것도 있지만

가사도 그렇고 노래가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뒤에 말하듯 연기하는 부분이 있어서

처음에는 뮤지컬 노래인가 싶었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가곡, 그것도 아주 오래된 유명한 노래라는 것이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가곡 베스트에는 무조건 들어갈 거라나?


그렇다면 이 곡을 몰랐던 나는 뭐지?

한국인이 아닌가?


아무튼 가사는 이러하다.



명태

변훈 작곡 양명문 작사 오현명 노래



검푸른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이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지프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몸은 없어질 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 명태라고
헛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가사 중간에 대구리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머리'의 전라도 말이라고 한다.

또 경상도에서는 75cm가 넘는 잉어를 대구리라고 부른다는데

위 가사에서는 머리라는 의미가 맞는 것 같다.




가곡 명태의 탄생


가곡 '명태'는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양명문 시인이 적은 시에

연락장교를 맡고 있던 변훈 작곡가가 곡을 붙여 탄생했다.

변훈 작곡가는 공군정훈음악대원으로 복무하던 오현명 성악가에게 곡을 주었다고 한다.


베이스 바리톤 오현명씨는 처음에는 

무슨 노래가 이런가 싶었지만

자꾸 흥얼거리다 보니 나중에는 정겹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리고

부산의 해군정훈음악대로 옮긴 오현명 성악가가 

부산에서 열린 '한국 가곡의 밤'에서

처음으로 '명태'를 불렀다.


이 노래를 들은 음악가와 청중의 반응은 싸늘.


'노래 같지도 않은 엉터리'

'그것을 노래라고 작곡을 했느냐? 그게 무슨 가곡이냐?' 


이 장면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TV에 나왔을 때

혹평받던 장면이 떠올랐다.


명곡은 처음부터 명곡일 수도 있지만

시대를 앞서다 보면

뜻하지 않게 이런 수모를 겪을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10여 년이 흐른 1964년 10월 서울시민회관에서

'대학생을 위한 대음악회'가 열렸다.

오현명씨는 다시 한번 '명태'를 불렀고

앵콜 요청과 박수가 끝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 후 가곡 '명태'는 한국적 리얼리즘 가곡의 대표작으로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2009년 타계한 오현명 성악가는

어느 언론사 인터뷰에서


"나 자신이 변훈의 '명태'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것은 

그 노래에 깃들어 있는 한국적인 익살과 한숨 섞인 자조와 

재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곡에서는 젊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 갇혀 자유로울 수 없는 영혼들의 

자조 섞인 신세를 명태에 비유한 한탄 조도 엿볼 수 있다." 


오현명 선생님은 타계 후 은관문화훈장을 추서 받았다.





직접 부르시는 모습이 있으면 좋은데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아래는 팬텀싱어2에서 고공비행중인
고우림과 염정제 출연자가 다른 공연에서 부른 '명태'




노래가 가진 힘 때문일까?

누가 부르든 '명태'는 참 좋은 곡인 것 같다.


당시 서민들의 안주가 되고 반찬이 되어 몸과 마음을 위로하던 

명태!


요즘은 또 잡히지 않는다고 현상금이 걸리기도 했다는데


도대체 넌 누구니?




이미지 나무위키 명태




'명태'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라 불리는 대구과 물고기로 한류성 어종.



분포

북태평양 동해, 오호츠크 해, 베링 해, 미국 북부 해안



생김새

몸길이 30~90cm, 무게는 600~800g.

등은 푸른 갈색에 배는 은빛.

등지느러미 3개, 뒷지느러미 2개.

꼬리지느러미 뒤 끝 가장자리는 수직형.

아래턱에는 흔적기관이 된 짧은 수염 존재.

암컷과 수컷은 형태상으로 거의 차이가 없음.



특징

몸은 가늘고 길며 몸 전체에 특이한 무늬가 덮여있음.

머리와 눈이 크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튀어나와 있음.

상태, 잡힌 시기 및 장소, 습성 등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림.



서식

성어는 수온이 10~12℃ 정도의 북태평양 대륙사면 근처에서 서식.

치어는 1~6℃ 정도인 더 깊은 바다에 서식.



생식

암수가 떼를 지어 생활하다가 3~5살 사이 12월~4월에 짝짓기.

90~200m 깊이의 바다에서 1년 중 한 달 정도

암컷이 낳은 알에 수컷이 정자를 뿌려 수정하는 체외수정이 일어남.

9~28일 후 부화.



먹이

치어 때는 수면 위 플랑크톤 섭취.

성체는 작은 갑각류나 물고기 섭취.



수명

약 12~16년.

최대수명 28~31년



대구와 명태 구별법

대구는 위턱이 앞쪽으로 돌출되어 있고, 

명태는 아래턱이 앞쪽으로 돌출되어 있음.



'명태' 이름의 유래


조선시대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함경북도 명천에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자신이 낚은 고기를 도백에게 드렸고

이를 맛있게 먹은 도백이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는데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자 도백은 명천의 첫글자와 어부 태씨의 태자를 따서

그 물고기의 이름을 명태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민간어원설이 신빙성이 없다고 하지만 

명천이라는 곳이 한반도 최북단이라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해류변화에 따라 제일 먼저 잡혔을 수는 있다고 한다.

혹은 

깊은 수심에 사는 명태가 어로기술의 발달로 

처음으로 잡혔다면 그곳 역시 북쪽이 먼저일 거라는 이야기다.


어찌됐건 '명태'의 등장으로 우리 밥상이 풍성해졌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 같은 명태인데 불리는 이름이 50개가 넘는다는 명태.

별명도 아니고 이름만 50개가 넘는다니

모르면 같은 명태를 먹고도 다른 생선을 먹은 줄 알 수도 있겠다.



"명태, 자네 진짜 이름이 뭔가?"



명태의 이름


생태 : 막 잡아 올리거나 얼리지 않은 것

동태 : 생태를 잡아 얼린 것

북어 : 생태를 말린 것

코다리 : 반쯤 말려 코를 꿰어 파는 것

황태 : 얼리고 말리고 반복한 것

노가리 : 어린 명태를 말린 것

파태 : 황태를 말리다 질감이 잘못된 것

흑태 : 황태를 말리다 검게 변한 것

춘태 : 봄에 잡히는 것

사태 : 음력 4월에 잡히는 것

오태 : 오월에 잡히는 것

추태 : 가을에 잡힌 것

왜태 : 성체지만 크기가 작은 것

아기태 : 어린 명태

찐태 : 덕장에서 황태를 말릴 때 따뜻한 날씨로 물러진 것

낙태 : 덕장 대에서 떨어진 것

백태 : 기온차가 커서 하얗게 마른 것

파태 : 몸이 제 모양을 잃은 것

골태 : 잘못 익어 속이 붉고 딱딱한 것

무두태 : 건조 중 머리가 떨어졌거나 머리를 떼고 말린 것

낚시태 : 낚시로 잡은 것

조태 : 주낙으로 잡은 것

그물태 : 그물로 잡은 것

원양태 : 원양에서 잡은 것

지방태 : 근해에서 잡은 것

진태 : 원양 명태와 동해안 명태를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


그 외

명란 : 명태의 알

창란 : 명태의 창자




명태의 영양소


98Kcal(100g당), 고단백질, 저지방 식품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니아신 풍부


성장 및 두뇌 발달, 시력에 도움




명태에 현상금이 걸려있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명태는 

1981년 16만t을 최고로 해서 매년 10만t 이상 꾸준히 잡혔지만

1990년대부터 점점 줄기 시작해서 

2001년부터는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는 동해에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해양수산부의 조사에 따르면 

명태는 수심 깊은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사실 수온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고 한다.


어민들의 무분별한 어휙이 진짜 원인이었다.


2000년쯤 명태가 어의 보이지 않을 때를 기준으로

그 전 22년 동안 잡힌 176억 마리의 명태를 조사한 결과

약 91%가 노가리였다고 한다.


그 결과 거의 자취를 감춘 명태의 자원회복을 위해

2009년 말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연구소에서 

명태 성체(2kg 이상) 한 마리에 20만 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그리고 2014년에는 한 마리 당 50만 원의 포상금이 걸렸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5년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1세대 명태를 방류하였으며

2017년 인공수정 2세대 역시 동해에 방류하여 성장 중에 있다고 한다.


또한 2016년 10월 세계 최초로 명태 인공양식에 성공하였다.

명태 양식에 필요한 배합사료나, 일반양식, 가두리 양식 기술까지 보유하게 된 우리나라는

2018년 대량생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맛 좋고 영양가 높고 가격까지 착해 

우리 국민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던 명태.


무분별한 어획으로 현상금까지 건 귀한 몸이 되었지만,

이제 다시 우리 동해에서 건강하게 크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가곡 명태를 듣다 보니

시원한 동태탕도 먹고 싶고, 짭조름한 코다리찜도 생각난다.

찬바람이 슬슬 부니 황탯국을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년에는 우리 동해에서 잡은 싱싱한 명태를 먹을 수 있겠지?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참고

[두산백과]

[위키백과]

[나무위키]

[동아닷컴] 24일 타계 성악가 오현명씨가 밝힌 가곡 '명태'와의 인연

[EBS 동영상] 명태의 유래와 여러가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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