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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팬텀싱어2를 보는데 선곡하는 장면이 나왔다. 더 좋은 노래, 자신들에게 맞는 노래를 찾기 위한 선곡은 피가 마르는 작업이었다. 출연자들은 이를 두고 '선곡지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동요에서부터 민요까지 안 들어보는 장르의 노래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노래를 듣고 또 듣고 부르고 또 불렀는데,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인 시메가 이 노래를 듣고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왔다.


그 노래는 바로 가왕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어릴 때 TV에서 많이 들었는데 조금 커서는 코미디언들이 코믹하게 많이 불러서 좀 웃기는 노래가 아닌가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왜 이 노래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썩은 고기로 비유되는 비교적 쉬운 일을 찾는 하이에나가 되지 말고 설산에서 얼어죽을지언정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산을 오르는 표범과 같이 어렵더라도 꿈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청춘의 의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양인자 작사 / 김희갑 작곡 / 조용필 노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다니는 산 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서 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 줄기 맑은 물 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나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된들 또 어떠리


라 라 라 라라

라라 라 라 라 라라 라

라 라 라 라라

라라 라 라 라 라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래 이야기]


이 노래는 조용필 8집 5번째 수록된 곡으로 장장 6분여의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이 노래를 만든 작곡가는 '상아의 노래', '눈동자', '그 겨울의 찻집', '잊혀진 사람', '킬리만자로의 표범', '사랑의 미로', '큐', '타타타',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김희갑 작곡가이다.


김희갑 작곡가는 아무에게나 노래를 주지않고, 수차례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가수도 세 번 이상 같이 일해본 적이 거의 없을 만큼 엄격하고 까다롭게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6년 조용필 8집이 나오기 전 조용필은 자신의 곡이 아닌 지금까지와 다른 색깔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서 꼬냑 한 병을 사서 김희갑 작곡가를 찾아왔다고 한다. 마침 아내인 양인자씨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 했다.


"노랫말은 쓰고 싶은 말을 다 쓸 수가 없어요. 얘기를 시작하면 금방 끝내야 되잖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테니 그럼 쓰고 싶은 말을 다 써 봐. 그럼 내가 알아서 멜로디를 붙일게."


그리하여 양인자씨는 바다처럼 광활하게 펼쳐지는 멜로디에 맞게 기승전결이 있는 가사를 시도했고 그렇게 나온 노래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양인자 작곡가는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구절을 모티브로 가사를 썼다고 한다. 이 소설에는 이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서쪽 봉우리 정상에는 얼어 붙은 한 마리의 표범의 시체가 있다. 도대체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노래를 두고 듣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른데 양인자 작곡가는 20년 간 숱한 좌절을 겪었던 본인의 아픔을 담았다고 한다. 신춘문예에서 수도 없이 떨어지면서 느꼈던 좌절과 그것을 딛고 일어나려는 의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가사를 쓰며 제 스스로 위로를 받았어요.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라는 가사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저 너머에 잇는 희망을 보자는 뜻이었죠."


첫 부분은 처음에 랩처럼 하기로 했으나 당시 랩은 전혀 생소한 장르였기에 결국 독백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노래를 완성한 후 음반제작사인 지구레코드를 찾아갔을 때 첫 반응은 말도 안된다였다고 한다. 당시 가요가 3분 20초~30초 사이인데 이렇게 긴 노래를 방송국에서 틀어줄리 없다는 게 지구레코드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희갑 작곡가는 끝까지 우겨 실랑이 끝에 음반 끝에라도 넣어야한다고 고집을 부렸고 어렵고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레코드의 임정수 회장과 만났는데 노래를 들어본 임회장은 깜짝 놀라며 조용필이라면 그냥 말하는 것도 상품가치가 있다는 말로 사람들을 설득해 이 곡을 타이틀로 정하게 된다. 그리하여 A면 5번째 마지막 노래가 조용필 8집의 타이틀 곡이 되었다. 이 앨범에는 '바람이 전하는 말', '그 겨울의 찻집', '내 가슴속에 내리는 비', 등 김희갑 작곡가의 노래가 5곡이 포진되었고 출시되자마자 빅히트를 쳤다.


당시 무명이던 배우 최민수는 눈발이 흩날리는 한계령을 넘으며 차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차를 멈췄다고 한다. 후에 그는 그렇게 감동적인 노래는 처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노래를 통해 조용필은 김민기, 양희은, 송창식 등 통기타 음악을 좋아했던 대학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청소년부터 장년층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국민가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했다.



이렇게 긴 노래에 젊은 청춘의 이상과 현실을 모두 잘 담아낸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님도 대단하고 열정적으로 이 모든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낸 조용필 가수도 대단하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남겨줘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


그런데, 이건 헤밍웨이한테 물어봐야 하는 것 같기도 한데 킬리만자로에 표범이 살까?

표범은 어떤 동물일까?



표범

 

몸길이 

180~220cm


몸무게 

50~80kg


크기 비교

호랑이 > 사자 > 재규어 > 표범

 

색깔

담황색, 갈색에 검은 반점

등의 검은 무늬는 매화 모양


생활

단독 생활

야행성


먹이

아프리카 : 톰슨가젤, 임팔라, 영양, 원숭이, 흑멧돼지, 토끼, 새, 물고기 등

아시아 : 사슴, 어린 물소, 영양, 멧돼지, 원숭이, 양, 염소 등

극동지방 : 멧돼지, 노루, 너구리, 토끼, 새 등


새끼

임신기간

90~105일

한 배에 2~4마리 많게는 6마리의 새끼를 낳음

1년 후 독립

3년 성적 성숙


분포

아시아~아프리카 전역

한대~열대

암석지 / 초원 / 관목림 / 삼림

킬리만자로 산의 5,100m 지점까지 볼 수 있음


우리나라

1973년 창경궁에서 우리나라 마지막 표범이 사망(1962년 합천 오도산에서 포획된 수컷).

1970년 경남 함안 여항산에서 길이 160cm 수컷 표범이 잡힌 것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마지막 야생 표범.



위키백과에 보면 분명히 킬리만자로 산의 5,100m 지점까지 볼 수 있다고 나온다.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1926년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의 정상(5,895m)에 오른 영국 탐사팀은 정상 근처에서 표범 시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일행은 증거로 표범 귀를 잘라왔고 헤밍웨이는 1936년 '에스콰이어'에 '킬리만자로의 눈'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그러니까 헤밍웨이가 한 이야기는 그냥 허구는 아닌 것이다. 헤밍웨이도 그게 궁금했던 거다. 왜 표범이 만년설이 있는 정상에서 얼어죽어 시체로 발견됐을까? 왜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까? 아무도 모른다고 하니 그걸 모티브로 킬리만자로의 눈이라는 소설을 쓰지 않았나 싶다. 


나무도 잘 타고 환경 적응력도 좋은 표범이니까 추운 지방에서도 웬만큼 잘 살 수 있다고는 하나 킬리만자로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키보봉은 빙하로 덮인 용암지대로 표범이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고 한다. 화산탄과 바위가 이어져 숨을 만한 숲이나 나무 그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첫 목격 이후 지금까지 아무도 표범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의 추측으로는 먹이를 쫓아 산 정상에 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무를 잘 타는 어느 표범이 눈 앞에 보이는 산을 보고 꿈을 꾸기 시작한다. 저 산 위에는 뭐가 있을까? 저 산도 오를 수 있을까? 하다가 산을 올라야겠다는 꿈을 실현하고자 마침내 발을 내딛는다. 한 발, 한 발, 쉼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 먹이가 없고, 산소가 부족한 상황을 이기고 마침내 정상에 도착한다. 그 표범은 아프리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 본 유일한 동물(사람 포함)이 되었고 그 벅찬 환희 속에 얼어 죽은 것이다.

이렇게 동물들은 사람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특히 작가들에게 무한 영감의 원천이다.


너무 소설적인가? 헤밍웨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책을 읽어봐야겠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킬리만자로에 가면 표범이 사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가이드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표범에 집착하느냐고 되묻는다고 한다.


그 이유야 뭐, 우리의 가왕 조용필님이 그렇게 불렀으니까 궁금한 거다. 

못 봤으면 말고.


도대체 킬리만자로는 어떤 산이길래 이리 회자되는 것인가?



킬리만자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


의미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위대한 산'이라는 뜻


구성

동남쪽으로 길고 넓게 자리 잡은 화산.

서쪽부터 시라봉 3,962m, 키보봉 5895m, 마웬지봉 5,149m 세 봉우리로 구성.

만년설로 유명한 키보봉을 우후루 피크라고 부름.


세 봉우리의 전설

옛날 키보와 마웬지라는 형제가 살았는데 게으른 마웬지는 형인 키보에게 늘 불씨를 빌렸다.

어느 날 마웬지가 하루에 세 번 불을 꺼뜨리고 불씨를 빌리러 오자 화가 난 키보가 마웬지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래서 마웬지봉의 정상이 찌그러졌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발견

 - 1848년 독일 선교사 레프만과 크라프에 의해 유럽에 알려짐.

 - 당시 유럽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만년설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음.

 - 1889년 독일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와 오스트리아 등산가 푸르트쉘러가 키보봉 정상을 밟음으로 만년설을 증명. 


기원

- 킬리만자로는 원래 케냐 땅이었으며 케냐에는 제일 높은 킬리만자로와 그 다음으로 높은 케냐산을 다 가지고 있었다. 탕카니카(지금의 탄자니아)를 다스리던 독일 황제는 산을 좋아하여 케냐를 다스리던 영국 여왕이자 숙모에게 두 산 중 하나를 달라고 졸랐다. 영국 여왕은 조카의 생일 선물로 킬리만자로가 탕가니카로 들어가도록 지도에 자를 대고 국경을 새로 그렸다. 이 일로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도 결정지어졌으며 킬리만자로는 그때부터 탄자니아의 산이 되었다.   


기후

원시림 지대 : 마랑구 게이트(입산신고소, 1980m)~만다라 산장(2,700m)

관목 지대 : 만다라 산장~호롬보 산장(3,700m)

고산성 사막 지대 : 호롬보 산장~키보 산장(4,700m)

화산재 경사 지대 : 키보 산장 ~ 길만 포인트(5,685m)

빙하로 덮인 용암 지대 : 길만 포인트 ~ 우후루 피크(5,895m)


트랙킹 루트

마랑구 루트 : 완만, 일명 코카콜라 루트로 가장 쉬운 코스, 정상까지 4박 5일 걸림. 

                  일반인도 오를 수 있는 루트이지만 3,000m가 넘으면 고산증세로 포기하기도 함.

움브웨 루트 : 오르기 힘들지만 경치가 좋음.

마차메 루트 : 빠른 고도 상승으로 고소적응이 어려움.

므웨카 루트 : 산을 가로 지름.

롱가이 루트 : 유일하게 북쪽 능선을 타고 정상을 오르는 루트. 가장 덜 붐비는 루트, 5박 6일 코스.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코스, 열대우림에서 출발해 고산 사막지대와 만년설의 모두                      경험할 수 있음. 

쉬라 루트/레모쇼 루트 : 가장 긴 거리를 걷는 루트.


자료를 찾다보니 표범이 있든 없든, 킬리만자로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버킷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


"죽기전에 킬리만자로 등반!"


노래에서 만난 표범도 킬리만자로도 현실과 동떨어진 듯 보이지만,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나의 현실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킬리만자로와 같지 않나 싶다. 오늘 이야기에서 킬리만자로와 표범이 주는 교훈은 삶이 아무리 척박할지라도 그럼에도 올라가보라는 위로와 격려, 꿈의 고귀함이 아닐까?





[참고]

[경향신문] 나의 젊음, 나의 사랑 작곡가 김희갑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조용필

[중앙일보] '킬리만자로의 표범' 만든 김희갑, 양인자 부부

[위키백과] 표범

[chosun.com] 만만한 듯, 아득한 킬리만자로... 표범은 흔적조차 없었다

[오마이뉴스] 눈 덮인 킬리만자로, 그러나 표범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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