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지도
낭만탐험가 / 2017. 9. 15. 15:55 / 탐험일지/책에서 만난 동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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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7회를 맞는 박경리문학상은

작가 박경리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상으로 전세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이다.


올해 후보는

수전 바이엇(81, 영국) : '소유', 맨부커상 수상 

코엘 매카시(84, 미국)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퓰리처상 수상

페커 한트케(75, 오스트리아) :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카프카상 수상

가즈오 이시구로(63, 일본계 영국인) : '남아있는 나날', 맨부커상 수상

얀 마텔(54, 캐나다) : '파이 이야기', 맨부커상 수상


개인적으로 얀 마텔을 응원하지만

작품이나 수상 이력을 보면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작가가

국내 최초 세계적인 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의 주인공이 됐으면 한다.




아무튼 오늘은 파이 이야기에서

한 배를 탄 동물 중 오랑우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오랑우탄은 처음부터 한 배를 탄 것은 아니고

바나나 섬을 타고 둥둥 떠다니다

뒤늦게 합류했다.


이 첫 만남의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뿌연 새벽빛 속에서 

바나나 섬에 타고 둥둥 떠다니는 것이 있었다.

성모 마리아처럼 아름다운 모습.

그 뒤에서 해가 떠올랐다.

붉은 털이 멋졌다.


나는 울부짖었다.


아, 축복 받은 어머니여, 폰디체리의 다산의 여신이여.

젖과 사랑을 주는 이여, 놀라운 팔을 벌려 위로를 주고, 

진드기를 잡고, 우는 것들을 안아주는 그대.


이 비극을 똑똑히 봤지?

상냥한 네가 공포를 만나다니 이건 맞지 않는 일이야.

네가 그대로 죽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걸.

너를 보니 얼마나 가슴 아리도록 반가운지, 

너는 기쁨과 아픔을 동시에 안겨주는구나.


나와 함께 있으니 기쁘고,

이 상태가 오래가지 못할 테니 마음 아프고.

넌 바다에 대해 뭘 아니? 아무것도.

난 바다에 대해 뭘 알까? 아무것도.


이 운전수 없는 버스는 헤매겠지. 

우리 삶은 끝이야.

네 목적지가 망각이라면 배에 타렴-

우리의 다음 정류장은 그곳이니까.


우린 나란히 앉으면 돼.

원한다면 네가 창가 자리에 앉으렴.

하지만 슬픔 풍경만 보일 거야.

아, 속마음을 감추는 건 이걸로 충분하겠지.


내가 간단히 말할게.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널 사랑해. 사랑해.

거미는 데려오지 말아줘."


이 장면은 이 대상이 누군지 알고

또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나니 

더 슬프고 안타까웠다.


이 동물은 침을 흘리는 버릇 때문에

'오렌지주스'라는 이름을 가진

보루네오 오랑우탄 암컷 대장이었다.


오렌지주스는 파이가 어릴 때

안아주기도 했던 추억이 있다.


오렌지주스는 파이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동물원에 오기 전

인도네시아인 주인이 버린 애완동물이었다.

버림받고 밀림에서 죽을 뻔했지만

폰디체리 동물원으로 오게 된 것이다.


수컷 두 마리를 낳고 평생을 점잖고 순하게 지냈던

오렌지주스는

얼룩말에 이어 두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하지만

오렌지주스는

얼룩말처럼 무기력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아프리카가 고향인 하이에나와

인도네시아 보루네오 섬이 고향인 오랑우탄.


자연에서라면 전혀 만날 수 없는

두 동물의 운명적 만남은 곧

싸움으로 이어졌다.


오랑우탄은

하이에나의 머리를 내리쳤다.

얼마나 세게 쳤던지 

하이에나의 머리가 벤치에 부딪쳐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앞다리를 쭉 뻗었다.


하이에나는 곧 다시 일어났고

오랑우탄이 다시 손을 내려치기 전에 팔목을 물었다.

그리고 목덜미를 물었다.


파이는 오렌지주스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오렌지주스는 하이에나를 내려쳤지만

아무 타격도 주지 못하고 하이에나의 털만 잡아 뜯었다.


파이는 오렌지주스의 눈에서

사람과 똑같은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그 공포는 파이 자신이 느끼는 공포와 동일한 것이었다.


파이는 오렌지주스가 수컷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렌지주스는 암컷이었고

결정적으로 태도와 지식에서 하이에나를 이길 수 없다고 봤다.


과일을 먹고 사는 동물이

어디를 물어뜯을지, 얼마나 세게 물지, 얼마 동안 물고 있을지 등

죽이는 것에 대해 배웠을 리 없기 때문에

키가 더 커도, 팔놀림이 아주 세고 민첩하고 송곳니가 있다고 해도

무기로 쓸 줄 모르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였다.


하이에나는 오렌지주스를 물고 세차게 흔들었고

보트 바닥에 쳐박혔다.


오랑우탄이 죽은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오렌지주스는 양팔을 활짝 벌리고, 

짧은 다리를 구부려 약간 옆으로 누워 있었다.

십자가에 매달린 유인원 에수 같았다."


오랑우탄이 파이를 대신해 죽었기 때문에

이렇게 묘사한 듯 보인다.


그렇게 파이는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먼저 보냈다.


오렌지주스의 용기와 희생에 감명받아

오랑우탄에 대해 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랑우탄


오랑우탄은 말레이어 'oran hutan'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숲 속의 사람'이란 뜻.

 


[형태

- 키 -

약 120~150cm ~ 1.5m쯤이고 


- 몸무게 -

약 30~90kg

(수컷 : 50~90kg, 암컷 : 30~50kg)


- 팔 길이 - 

약 220cm

(두 팔을 벌렸을 때)

 

 - 털 -

얼굴 이외의 온몸에 긴 털이 덮여 있음.

털은 붉은 갈색이며 곱슬곱슬하고 뻣뻣함.


 -얼굴 -

수컷의 뺨 양편에는 평평한 지방 덩어리가 붙어 있어서 

얼굴이 암컷보다 2배 이상이나 더 크게 보임


- 몸집 -

암수의 차이가 커서 암컷은 몸집이 수컷의 절반.


- 신체특징 - 

귀는 작고 코는 넓적. 

입은 폭이 넓고 삐죽

다리가 잘 발달되어 거의 곧게 서서 걸어다니고, 

나무 사이를 교묘하게 건너 다님.

다리가 짧고 약한 반면 팔은 길고 강함.

 


[울음소리]

오랑우탄은 약 13~15종류의 소리를 냄

작은 무리내에서는 입술의 움직임으로 의사를 교환.

두려움을 느끼거나 위험할 때는 소리를 치고, 

수컷들은 울부짖기도 함

좌절할 때는 이빨을 갈기도 함.

수컷의 긴 울음소리는 약 1km밖에서도 들을 수 있음.

(수컷 간의 영역을 적정한 거리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

 


[서식지

열대우림 및 열대활엽수림.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습기찬 숲에 서식.

오랑우탄이 사는 삼림의 형태는 다양하며

저지대의 습지에서부터 해발 1500m까지의 산악지대에 이름.

 


[먹이]

주로 과일을 먹는데 특히 무화과류, 망고, 두리안 따위를 좋아함

무화과류의 과일들은 종에 따라 연중 익는 계절이 다르기 때문에 

오랑우탄은 이들이 익는 곳을 따라 이동

(이런 이유로 식물의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함)


과일 외에도 나뭇잎, 나무껍질, 새순, 꽃 등 식물성 먹이를 먹음.

가끔 무기물이 풍부한 흙, 곤충, 새알, 작은 척추동물 따위를 먹기도 함. 

물을 먹을 때는 나무구멍에 있는 물을 먹거나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심.

 


[번식

암컷이 평생 2~3마리의 새끼를 낳음.

임신기간은 233~263일.

보통 한 번에 한 마리 출산.

(암컷은 대개 4년을 주기로 새끼를 낳을 수 있지만 

열악한 곳에서는 새끼를 낳는 주기가 훨씬 길어짐)



[수명]

약 30년

(동물원에서는 50년 이상)



[행동양식]

대개 단독생활을 하지만 

두 마리의 암컷과 새끼, 수컷 한 마리가 무리를 짓기도 함

(일반적으로 암컷과 수컷이 만나는 것은 교미할 때 뿐)

수컷 한 마리의 영역은 2~6평방킬로미터.

(여러 마리의 암컷과는 영역이 겹치지만, 

수컷끼리는 영역이 겹치는 일이 없음) 

낮에 거의 나무에서만 생활 

헤엄을 못침.



[분포]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과 수마트라 섬에 분포

화석 기록에 의하면 동남아시아 전역과 중국 남부에 분포했던 것으로 추정.

 


[현황

번식률이 낮은데 반해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포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음.

 


[기타

보르네오오랑우탄수마트라오랑우탄 두 아종이 있는데 

수마트라오랑우탄이 보르네오오랑우탄에 비해 키가 더 크고 마른 편. 





위에 나온 내용 외에도

이런저런 특성이 많았다.



1. 간지럼

간지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가려움을 느끼는 간지럼과

웃음을 유발하는 간지럼이다.

오랑우탄은 사람 외에 

유일하게 이런 간지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 인간과 97% DNA 일치

사람처럼 꼬리가 없고,

손가락 발가락 모두 10개 씩,

사람과 같이 32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처럼 미소짓고 웃기도 한다.


3. 어미의 모성애

새끼가 5세까지 안고 다니고, 6~7살까지 젖을 먹인다.

8세까지 같은 집에서 같이 잠을 잔다고 한다.


5. 수컷의 볼

수컷의 볼 너비가 넓을수록 

더 매력적인 암컷과 만난다고 한다.


6. 기술자

나뭇가지의 구조적 특징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

두꺼운 가지와 잔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활용하여

탄탄하고 튼튼한 집을 완성한다.

시간도 5~6분 정도 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7. 높은 지능

고릴라, 침팬지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지능을 가졌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손재주를 발휘한다.




8. 의사소통

150여 개의 단어를 이해하고 이를 조합여 

수화를 한 오랑우탄도 있었다.


이 오랑우탄의 이름은 '찬텍'으로

'비인간인격체 프로젝트-오랑우탄 거울실험'에서


"네가 누구냐"는 질문에 찬텍은

'오랑우탄 사람(Orangutan Person)'

이라고 말했다.


찬택은 수백가지 수화를 했고, 

감정을 표현했으며 좋아하는 색깔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 찬텍은 얼마 전인 8월에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멸종위기 오랑우탄


오랑우탄에 대한 기사나 자료를 검색해보면

크게 두 가지다.


위에 나오는 영상처럼 오랑우탄의 재주를 보여주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멸종위기와 억압에 관한 내용이다.


먼저 멸종위기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공범자이다.


국제오랑우탄재단 설립자 비루트 갈디카스 교수는


 “오랑우탄들은 서식지가 없어짐에 따라 

급속도로 멸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오랑우탄 멸종 위를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입니다.


팜유는 오랑우탄의 가장 큰 적입니다.”


최근에는 오랑우탄 서식지인 보르네오 섬 가운데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국경을 따라 

845km의 기름야자 플랜테이션 울타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오랑우탄의 서식지 파괴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양의 팜유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하여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팜유 제품이 

열대우림과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를 촉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기업과 사용자 모두 

환경파괴적인 팜유 사용에 대한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가하면

보루네오 섬에서 팜유 노동자들이

오랑우탄을 잡아먹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도 있고,

국내 동물원에서 오랑우탄의 억압에 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오랑우탄 새끼를 잡아다 애완으로 기르다

성장하여 힘이 세지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거나 다시 밀림에 버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오랑우탄 쇼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쇼를 거부한 오랑우탄이 있다는 사실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과 비슷한 외모와 높은 지능으로 인해

특별 대우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식지에 그냥 살 수 있도록 두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계속 따지다보면

동물원 폐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대두대는데,

양쪽의 이야기가 다 일리가 있다.


아직까지 나의 입장은 중립으로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은 어쩔 수 없지만

야생에서 태어난 동물들을 다시 가두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랑우탄이

인간과 오래 함께 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기쁨과 위로와 평화 등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때문에 억압받고

희생당한 오랑우탄들에게


끝으로 다시 한 번 파이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아, 축복 받은 어머니여, 

젖과 사랑을 주는 이여, 놀라운 팔을 벌려 위로를 주고, 

진드기를 잡고, 우는 것들을 안아주는 그대.


너는 기쁨과 아픔을 동시에 안겨주는구나.


나와 함께 있으니 기쁘고,

이 상태가 오래가지 못할 테니 마음 아프고.


네 목적지가 망각이라면 배에 타렴-

우리의 다음 정류장은 그곳이니까.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널 사랑해. 사랑해.






[참고]

[서울동물원] 오랑우칸

[위키백과] 오랑우탄

[문학뉴스]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 한트케, 매카시, 마텔 등 5명 압축

[animal.memozee.com] 동물이름 사전, 오랑우탄

[지구의 벗 환경운동연합] 팜유 생산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

[한겨레] 말하는 오랑우탄 '찬텍' 저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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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탐험가 / 2017. 9. 2. 08:43 / 탐험일지/책에서 만난 동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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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지음


파이 이야기는 파이 파텔이라는 인도 소년의 표류 이야기이다.

책 표지만 봤을 때는 정글북처럼 동물들과 호형호제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틀렸다.

야생의 호랑이와 한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이야기.

애니메이션 보다는 다큐에 가까운 생존기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던 중 배가 침몰한다.

파이 가족이 탄 화물선에는 미국에 팔기로 한 동물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혼자 살아남은 파이의 구명보트에도 동물들이 타게 되었다.

 

얼룩말은 파이가 구명보트에 타고 얼마 후 위에서 떨어졌다.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크가 헤엄쳐 배에 올랐고,

다음 날 바나나 더미를 타고 떠다니던 오랑우탄이 합류했다.

하이에나는 언제 탔는지 모르지만 구명보트에 있었다.

 

파이는 얼룩말과 처음 만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갑자기 공중에 이 이상한 게 나타났다.

그것은 경주마처럼 우아하게 뛰어내렸다.

그것은 방수포 부분에 떨어지지 않았다.

무게가 250킬로그램쯤 되는 수놈 그랜트얼룩말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경주마는 두 눈을 가리고 죽어라 뛰는 모습인데 우아하다고 한 걸 보면

고속촬영으로 발레하듯 천천히 다리를 뻗었다 접는 리듬있는 동작을 비유한 것 같다.

 

파이는 얼룩말이 공중에서 우아하게 춤추듯 내려온다고 느꼈는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뒷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쿵하고 떨어졌다.

얼룩말은 뒷다리가 심하게 부러져 떨어진 모습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럼에도 파이에게 얼룩말은 보기가 좋았다.


"얼룩말은 보기 좋은 동물이었다.

물에 젖어 흰 부분은 밝게 빛나고 검은 줄은 새까맸다.

그래도 기묘하고, 깔끔하며, 대담한 예술적인 디자인에 멋진 두상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나 역시 얼룩말을 볼 때 늘 그런 생각을 했다.

깔끔하다.

세련됐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에서 호피무늬와 함께 둘째가라면 서러울 패턴이 얼룩말 무늬이다.


 이미지 freepik

 

하지만 그렇게 보기 좋은 얼룩말은 다리가 부러져

하이에나에게 제대로 저항도 못 해보고 가장 먼저 죽었다.

파이가 보는 앞에서 산 채로 잡아먹혔다.

 

가장 예술적으로 생긴 얼룩말이

가장 예술과는 거리가 먼 하이에나에게 당하는 장면은

야생은 물론 배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보더라도

당연한 수순이지만

어딘가 불합리하고 불공평해 보였다.

 

얼룩말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

.

.

.

.

 

얼룩말 대체 넌.... 누구냐?

 


크기

 몸 길이 1.1~1.5m, 어깨높이 1.2~1.6m

 생식

 임신기간 300~375일 1회 1마리

 수명

 약 25년

 천적

 사자, 표범, 하이에나 등

 생활양식

작은 무리 혹은 큰 무리 생활 

 서식장소

사바나, 목초지, 시야가 트인 덤불 

 분포지역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특징

 몸에 비해 머리가 크고

꼬리 끝에만 긴 털송이가 있음

발굽은 당나귀와 말의 중간 크기

시각 후각 예민

적이 오면 집단 방어,

둥글게 에워싸고 뒷다리로 공격함


 얼룩말의 종류와 특징


그랜트얼룩말

그래비얼룩말

채프먼얼룩말

하트만산얼룩말

배에서부터 엉덩이까지

굵은 줄무늬가 있다.

귀가 크고 둥글며

발굽이 넓다.

가는 줄무늬가 많으나 

배는 하얗고 줄무늬가 없다.

얼룩말 중 가장 크다.

줄무늬가 몸쪽은 얇고,

엉덩이 쪽은 두껍다.

줄무늬 사이에도

연한 줄무늬가 있다.

 목에 혹이 있고,

머리는 짧고 통통하다.

몸 전체에 줄무늬가 있지만

배는 하얗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차이가 있다.

그 중 파이 이야기에 나온 얼룩말은 그랜트얼룩말이다.


어쨌든 줄무늬가 있는 건 다 동일하다.

얼룩말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 중 하나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은 줄인가?

검은 바탕에 흰 줄인가?"


이 질문에 백인들은 흰 바탕에 검은 줄이라 답했고

흑인들은 검은 바탕에 흰 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뭐 다 똑같이 대답하지는 않았겠지만

사람의 관점 혹은 사고의 기준은 

역시 '자기 자신'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러한 자기 중심적 사고는

이기주의, 인종주의, 민족주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늘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본 봐로는

다 달랐다. 자신의 피부색에 상관없이.

흰 바탕!

검은 바탕!

심지어 원래 두 가지 색이라는 등.


나처럼 별다른 기준없이 사는 사람들한테 물어봐서 그런것 같다. 


어쨌든 정답은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라고 한다.

자료에는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나와있다.


어떻게 입증했을까 궁금했는데

캐리언니가 에버랜드에 간 동영상을 보면

사욕사 언니가 확실하게 말한다.


"입술에는 털이 없어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요. 

몸에 있는 흰색, 검은색은 모두 털입니다." 


그러니까 털을 밀면 검은색이라는 얘기다.

그럼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아니라

검은 피부에 흰 색, 검은 색 털이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


"얼룩말이 줄무늬를 가지게 된 이유는?

혹은

얼룩말 줄무늬의 기능은?"


자료를 찾아보니

오래 전부터 논란이 많은 주제였다.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 vs 찰스 다윈


윌리스(자연선택설로 유명)

"얼룩말은 줄무늬를 지녀 웃자란 풀 숲에서 위장할 수 있다."


다윈(진화론 주장) 

"얼룩말의 줄무늬는 남아프리카의 넓은 평원에서 아무 보호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이론이 제시 되었다고 한다.


그 중 '다즐 위장(Dazzle camouflage)"이 가장 그럴 듯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즉, 얼룩말이 줄무늬를 이용해 새벽이나 해질녘에 풀숲에서 위장하거나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데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다즐 위장이란?

대비가 뚜렷한 두어 가지 색으로 그려진 기하학적인 무늬가 서로 간섭 효과를 일으켜, 

관찰자로 하여금 그 크기, 속도,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위장


세계 1차 대전에서 다즐 위장이 활용되었는데

시각적 교란을 일으켜 적의 정확한 사격을 어렵게 했다고 한다.


1918년 다즐 위장 전투함

출처  Wikimedia Commons 


하지만 당시 어떤 시각적 효과가 눈에 혼란을 일으키는지 몰랐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대학과 영국 로열할로웨이대학의 과학자들은 

‘움직임 추적 알고리즘'을 사용해

얼룩말이 무리 지어 움질일 때 나타나는 움직임 신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얼룩말의 움직임 신호는 '허위 정보'가 많았다.

얼룩말의 흑백 무늬가 두 가지 착시효과를 일으켜 
관찰자가 정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착시는 '웨건 휠 효과(wagon wheel effect)'이다.
자동차의 바퀴가 일정한 속도가 되면 뒤로 도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웨건 휠 효과라고 한다.



두 번째 착시는 '바버폴 착시(barberpole illusion)'이다.

이발소 간판은 실제로는 가로로 움직이지만 줄무늬가 세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로열할로웨이대학의 요한 쟁커(Johannes Zanker) 교수는

 

“얼룩말의 등과 목에 있는 좁은 세로 줄무늬가 

등의 넓은 사선 줄무늬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움직임 신호’를 보냈으며, 

이는 따로 움직일 때보다 무리를 지어 움직일 때 더 강해졌다. 

이러한 착시로 얼룩말을 물기 위해 다가 오는 곤충은 

얼룩말의 몸에 제대로 착지할 수 없으며, 

얼룩말을 쫓던 포식자들은 사냥할 시점을 정확히 포착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니까 얼룩말의 줄무늬는

무리 생활을 하는 얼룩말이 움직일 때 

쇠파리와 같은 흡혈곤충이나 천적의 시감각에 착시 효과를 일으켜 

혼란을 주는 기능을 한다는 말이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의 과학자들 역시

 얼룩말의 줄무늬에 대해

쇠파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얼룩말과 말, 당나귀의 지리적 분포, 지역별 얼룩말 무늬의 패턴, 

서식지의 기온과 지형, 천적의 범위, 쇠파리 서식 지역 등 다양한 변수들을 조사했는데 

줄무늬와 압도적인 연관성을 가진 요소는 오직 쇠파리였다고 한다.


얼룩말은 아프리카 포유류 중 털이 가장 짧다고 한다.

그래서 쇠파리의 공격에 취약한데,

쇠파리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일수록

얼룩말 몸에 있는 무늬가 더 컸다고 한다.


다만, 쇠파리가 왜 흑백 줄무늬를 싫어하는지는 밝히지 못했는데

그것은 위에 나온 다른 과학자들이 연구한

얼룩말의 움직임에 따른 착시현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얼룩말에 대한 궁금증이 제법 풀린 것 같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왜 파이 이야기에서 

많은 동물 중에서 얼룩말을 한 배에 태웠을까?


호랑이는 가장 상위의 포식자로 긴장감을 위해 탑승

오랑우탄은 사람과 비슷한 외모로 동정심과 연민 유발을 위해 탑승

하이에나는 물불 안 가리는 성격으로 위험 유발을 위해 탑승


보기 좋은 동물이라고 해놓고

가장 먼저 죽는 얼룩말


작가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으나, 

혹은 별 게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초식동물 중에 가장 보기가 좋아서가 아닐까 싶다.


야생에서는 줄무늬를 이용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지만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줄무늬는 그저 보기 좋은 떡이다.


그렇다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뭐 그런 단순한 의도가 아니라

파이가 배를 타면서부터 생존이 시작되는데,

보기 좋은 육상동물인 얼룩말의 죽음은

아름다운 육지와의 이별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얼룩말은 멋지다.

보기 좋다.


내 눈이 착시를 일으키고 있지 않다면.



참고

두산백과 "얼룩말"

나무위키 "얼룩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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