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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백숙을 먹으러 갔다.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는데

나지막한 산 아래 위치하여 조용하고 풍경이 좋았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사장님께서 아이들에게 

산양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하셨다.


'산양? 산양분유의 그 산양?'


산양에 맺힌 게(?) 있어서 기꺼이 따라 나섰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보자 싶은 마음이었다.


'네 이녀석, 산양분유의 주인공이렸다!'


산양에 맺힌 이야기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가 어릴 때 모유를 끊고 분유를 시작했는데

먹기만 하면 게워내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먹는 게 분유인데

영양섭취가 전혀 안 되니 속상했다.


이것저것 소화가 잘 되는 분유를 여러 번 바꾸다

산양분유 이야기를 들었다.

모유와 유사한 산양유를 원료로 만들어

소화가 잘 되고 알레르기 반응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 그럼 먹어야지 했는데 

가격이, 가격이...

한 두 번 먹을 수는 있지만 

계속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아내가 싸고 더 좋은, 아주 좋은 다른 분유를 골랐고

다행히 아이가 잘 먹어주었다.


하지만 

산양유에 대한 아쉬움은 계속 남아 있었다.

산양을 한 마리 키워야 하나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 녀석을 본다는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갔다.


'쳇, 이렇게 생겼구나.'



아이들이 오니까 울타리 주변으로 모였다.

아이들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옆에 있는 풀을 주었고 이 녀석들은 잘 먹어 주었다. 



새끼로 보이는 녀석들은

뿔 좀 있네 하며 뿔싸움을 하기도 했다.



젖이 발달한 암놈들이 여럿 보이는 걸로 봐서

여기서도 그 유명한(?) 산양유를 짜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 귀한 산양을 보고 와서 가만 있을 수 없어

산양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런데

.

.

.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목격한 것은 산양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두둥!


산양은

천연기념물,

살아있는 화석


오잉~

내가 천연기념물에 살아있는 화석을 보고 왔단 말인가?


당연히 아니었다.


산양이라 함은 자고로


이미지 녹색연합


요렇게 생긴 녀석들이 바로 산양이다.



완. 전. 히 다르다.


그럼 위의 녀석들은 누구이며 산양유는 누구의 것인가?




산양과 염소의 차이


내가 본 녀석들은 일단 염소다.


산양, 재래산양, 유산양, 면양, 흑염소가 모두 혼용되는데

재래산양, 유산양, 흑염소는 모두 염소이다.


유  산 양 : 젖소와 같이 우유를 짜는 역할을 하는 자넨종(Saanen) 염소(goat)

재래산양 : 고기나 보신제로 이용되는 흑염소(goat)


산양 : 바위가 많은 산악지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야생동물(goral) 

면양 : 털, 고기, 모피, 젖을 위해 키우는 양(sheep)


그러니까 내가 본 것은 유산양, 

흔히 알고 있는 검정 염소는 재래산양 즉 흑염소이고,

털이 복슬복슬한 양은 면양인 것이다.


면양을 제외한 나머지 유산양과 흑염소는

산양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완전히 다른 동물이다.


분류학적으로 보면,

산양과 가축염소(유산양, 흑염소)는 우제목 소과 염소아과까지는 동일하다.


염소아과를 족(tribe)으로 나누면 달라지는데,

가축 염소는 염소족(Caprini)에 속하고 

산양은 샤모아족(Rupicaprini)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산양유, 산양분유라고 부르는 하는 것은 

사실 진짜 산양의 우유가 아니라

가축으로 기르는 유산양의 우유였던 것이다.


치즈로 유명한 임실치즈도

지정환 신부님이 1967년에 임실성당에 부임하면서

가난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산양 2마리를 키우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때 산양은 유산양이다. 


그렇다면 진짜 산양은 어떤 동물일까?



산양


(종 명) 산양(Goral)

   ※ 학명 : Naemorhedus caudatus

(분 류) 소목 소과

    ※ 멸종위기종 , 천연기념물 217

   취약(Vulnerable, VU), 부속서

(분 포) 러시아, 중국,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형태) 2개의 원통형의 암수 뿔을 가지고 목에 흰 반점

(외 형) 크기 82~130, 꼬리 8~20, 체중 22~35kg

(행동권) 1.0~1.4, (핵심지역) 0.5~0.8

   - 바위가 많은 산악지대(고도 600~700m, 경사도 30~35°)에서 주로 활동

(먹 이) 초식성(참나무, 찔레, 원추리, 헛개나무, 취나물 등)

(수명/번식) 10~15, 1마리 출산(6~8)/1

    - 임신기간 약 210


우리나라 산양 서식분포 현황

우리나라에 현재 약 900~1,000개체 서식

주요 서식지역 : 설악산, 울진·삼척, 양구·화천, DMZ일원 등


※ 특징(염소와의 차이)

체형은 염소와 비슷하나 더 큰 편이고 턱에 수염이 없음. 

다리는 짧으며 체색은 회색이 두드러지며 등쪽 중앙으로 검은 색 띠가 꼬리까지 이어져 있음. 


암수 모두 뒤로 굽은 뿔이 있으며, 뿔의 밑 부분에 있는 고리 모양의 주름은 나이에 따라 늘어남. 

발굽은 험준한 산악 지형에 편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깎아지른 절벽도 미끄러짐 없이 잘 타고 다님.




산양이 살아있는 화석이 된 이유


산양은 20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인간이 불과 도구를 사용한 시기를 160만 년전으로 추정한다고 하니

산양이 훨씬 오래 전 부터 지구에 나타난 동물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때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고 한다.



지키고 보호해야 할 산양


1950년대만 해도 태백산맥의 높은 산악지역에서 

산양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 한약재, 박제, 먹을거리 용도로 

무분별한 포획이 이루어져 급격히 숫자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1964년 3월과 1965년 2월 강원도에 내린 폭설 때 

3,000 개체가 넘는 산양이 포획되었다고 한다.


산양의 개체수가 줄어 존속이 위태로워지자 

정부는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산양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도 산양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 1에 등재된 국제 멸종위기종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월악산국립공원에서 시작된 산양복원사업은 

오대산, 속리산 등 백두대간을 따라 복원 대상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월악산, 오대산, 속리산 등에 총 38개체를 방사하였고 

자연증식을 통해 17개체가 출산하였다고 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항한 번 서식처를 정하면 

그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산양이

40km의 거리를 이동하여 새로운 지역에 정착했다는 사실이다.


이 산양은 2006년 월악산에서 발견된 개체로

발신기를 달고 바로 풀어주었는데

20085월 월악산 남쪽 만수골에서 조령산으로 이동했고

이후 조령산-희양산-군자산을 따라 약 40km를 이동

올해 6월 속리산국립공원 내의 군자산에서 최종 위치가 확인됐다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월악산의 개체수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이주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어쨌든 산양의 수가 늘었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도 백두대간을 따라 복원지역을 점차 확대한다고 하니

꼭 멸종위기종이라는 타이틀을 벗었으면 한다.


참, 이와는 반대로 

흑염소는 해양국립공원 무인도서에서 무분별한 방목으로 

개체수가 늘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골칫덩어리가 되었다고 한다.


동물들의 운명이 사람 손에 달려있으니

우리들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산양의 경우 도토리도 좋아한다고 하니

가을에 산에 가면 재미로라도 주워오면 안 될 것 같다.


산양의 수가 늘어나더라도

산양유니, 한약재니 해서 무분별하게 잡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산양아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해."





참고자료

[녹색연합]

[환경부] '산양' 보도자료

[데일리벳] 김희종의 야생동물 이야기, 산양이야기

[한겨레] 눈이 착한 산양, 비무장지대에서 만나다

[오마이뉴스] 산양 2마리가 연 매출 17억으로, 비법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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