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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찬 바람이 들어와 거실 창을 닫으려는데, 손님이 오셨다.

잠자리 한 마리가 방충망에 붙어 있었다.

우연이겠지 싶었는데 아침에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다.



자니?


자는 것 같아 문을 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꼼짝않고 붙어있다.



아무래도 자는 게 확실한 것 같았다.


실제로 찾아보니 잠자리는 나무나 풀에서 자다가 

날개에 이슬이 마르면 다시 활동을 한다고 한다.

근데 우리집에는 어쩐 일로?


잘 때는 정신없이 자는 스타일이라 누가와도 모르게 

꼼짝도 안 하고 자는데 잡히는 순간에야 화들짝 놀란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곤하게 자는데 깨울 수는 없는 법.

잠자리를 찾아 우리집에 온 귀한 손님을 좀 더 두고 보고 싶어

더운데 문도 열지 않고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없다!

아침 늦게까지 있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가버렸다.


그리고 

문을 열었는데

두둥!



뭔가 쌩하고 날더니 아래에 가서 붙는데

모기다!


이제 뭔가 실마리가 풀린 것 같다.


저녁이 부실했던 잠자리가 혹은 야식을 먹으려고

나왔다가 모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방충망이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내가 문을 닫는 바람에 모기가 갇히자

잠자리도 포기하지 않고 지켜보다 잠이 들었던 것이다.


"밤새 평안하셨는가?"


어쨌든 군침만 흘리다 돌아간 잠자리를 대신해

테니스 채처럼 생긴 일명 '따닥'으로 모기를 잡았다.

 


잠자리의 사냥


육식곤충인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은 95%라고 한다.

거의 놓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다른 포식자들의 사냥 성공률과 비교하더라도

상어의 2배, 사자의 4배 정도 되는 수치라고 하니 효율성 갑이다.


게다가 

모기, 파리, 나방 등 해충들을 하루에 200~1000마리 잡아 먹는다고 하니

여름에 몇 마리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모기퇴치를 위해 전남 구례, 서울 서초구 등에서 

잠자리를 활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몸에 비해 크고 둥근 눈이 사방의 곤충을 감지하여 

사냥감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네 날개가 각각 따로 움직일 수 있는

고난도 비행술을 펼칠뿐아니라

 왕잠자리의 경우 최고 속력 100km가 나온다고 하니

시속 2km의 모기와 시속 15km의 파리는 피할 수도 없지만

용케 피한다 한들 움직임을 간파당해 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름에 하루살이와 각종 벌레 때문에 

문도 제대로 못 열고 불도 못 키고 살았는데

내년에는 심각하게 잠자리 사육을 시도해 봐야겠다.


"잠자리야, 우리집에 맛있는 거 많이 있으니까

게스트하우스다 생각하고 와주면 안 되겠니?"


살이 찌려나?



비만 잠자리


실제로 잠자리가 통통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2006년 미국 연구팀에 의하면 특정 기생충에 감염되면

곤충 몸에도 지방이 쌓인다고 한다.


잠자리의 경우 특히 가슴 쪽에 지방이 쌓이는데

그렇게 통통하게 보이는 잠자리는

비행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짝짓기와 영역 방어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다만 감염으로 인한 지방 축적이 아닌 경우

모든 게 정상이라고 봤을 때

통통한 잠자리가 마른 잠자리보다

비행이나 짝짓기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힘이나 영양상태가 좋아서가 아닐까 싶은데

통통하다고 해도 외골격이 있어서

똥배가 나올 염려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키우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드래곤플라이


살아있는 실제 잠자리에 초소형 센서와 태양열 패널, 네비게이션 등을 탑재한

세계 최초의 사이보그 잠자리 '드래곤플라이(DragonflEYE)'가 탄생했다고 한다.



이 기술을 통해 잠자리를 무선으로 조종하거나 잠자리 스스로 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자연에서 기존 잠자리들처럼 스스로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보충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충전' 없이도 계속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한다..

 

앞으로 드래곤플라이는 초소형 드론처럼 식물과 꽃들을 오가며 수분을 돕거나,

사람이 갈 수 없는 지역에서 답사나 감시를 돕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잠자리 로봇이 아니라 사이보그라면

실제 잠자리의 장점도 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잠자리 이 친구

생각보다 더 멋지다!

 

내년 여름에는 드래곤플라이가 우리집에 있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할 것 같고.


우리집 주변에 잠자리 떼가 오기를 기원해본다.

 

 

 

참고

[중앙일보] 잠자리를 절대 잡아서는 안 되는 이유

[한국일보]애니팩트:잠자리도 살이 찔 수 있다

[BIZION] 세계 최초 사이보그 잠자리 탄생! 드래곤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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