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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미첼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책 이야기


작년에 아내가 책 한 권을 읽고 

적극 추천한 책이 있었다.


테라스에서 펭귄을 키운 사람의

실제 이야기라고 했다.


펭귄?

펭귄이라면 추운 곳에 사는 동물 아닌가?

추운 곳에 사는 사람인가?


그때는 그냥 신기한 일이네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동물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그 책이 생각났다.


당장 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읽기 전 잠시 찾아본 추천의 글에 반가운 이름이 있었다.



"글을 읽는 기쁨과 감동 때문에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마이클 본드, 영화〈패딩턴〉원작자 


“난 이 책을 사랑한다. 

당신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테라스에 있는 펭귄은 놀라울 만큼 사랑스럽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사이 몽고메리, 동물학자이자『유인원과의 산책』저자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는 

1970년대 아르헨티나 삶의 매혹적인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티에라델푸에고의 설원, 소나무가 빽빽한 광활한 대지, 

높게 솟은 안데스 산맥, 발데스 반도의 야생동물들을 직접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젤란펭귄에 대해 사랑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워싱턴 포스트》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먹먹함과 따뜻함과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다.


무엇보다

이글을 쓴 톰 미첼이라는 사람은

탐험가이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갔다.



"내가 남아메리카에 온 이유는 

내 지식이나 경험과는 동떨어진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곳을 탐험하고, 야생을 보고 싶어서였다.

.

.

.

그러한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곳저곳을 탐험해보고 싶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낯선 문화에서 사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으며

이국의 다양한 동식물도 보고 싶었다.

.

.

.

항상 소들은 들판에, 닭들은 닭장에, 

저녁 식사는 식탁에 있다면

모험과 짜릿함은 어디에서 느낀단 말인가?

나는 3등 선실을 타고 더 거칠게 세상과 만나고 싶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내 삶에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 

직접 부딪혀보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꿈을 실행해 옮겼다.

영국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아르헨티나의 기숙학교의 교사가 되어

남아메리카로 온다.


1970년대 아르헨티나는 정치, 경제적으로

무척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작가의 탐험정신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럼에도불구하고 작가는 탐험을 떠난 것일 수도 있다.


시간이 나면 남미 전역을 여행했고,

자연과 동식물, 그 안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우루과이의 해안의 휴양도시 푼타델에스테에서

운명적으로

마젤란펭귄을 만났다.


작가가 처음 발견했을 때

이 펭귄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해있었다.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펭귄들이

해안에 끝도 없이 길에 누워 있었는데

끈적거리고 역겨운 기름과 타르에 범벅이 된 채로

죽어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무거운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펭귄이 죽어 있는지 보기 위해

해변을 따라 걸었다.


죽은 펭귄의 수를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만큼 많은 펭귄이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시체 속에서 

살아있는 한 마리의 펭귄을 발견했다.


작가는 이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숙소로 데리고 와서

깨끗하게 씻겨준다.


그리고

다시 바닷가로 데려다주었는데

돌아가기는 커녕

작가를 따라온 것이다.


작가는

다시 이 펭귄을 데려와

이름을 지어주고

아르헨티나로 데려가기로 결심한다.


이 펭귄의 이름은

'후안 살바도르'

Juan Salbador


'구원자 존'

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은 나중에

친구들의 의견에 따라

'구조된 존'이라는 의미를 가진


'후안 살바도'

로 개명된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펭귄이 

작가와 주변 사람들에게


'구원자 존'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물들이 

사람들과 진정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역시

후안 살바도와 진정한 교감을 했음을

나중에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아르헨티나에 온 작가는

학교의 동의를 얻어

기숙사 테라스에서 후안을 키우게 된다.


동료 교사와 학생들, 세탁실 아주머니까지

후안에게 반한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후안을 찾아와

청소를 하고 먹이를 사오는 등

마음을 나눈다.


이때쯤 되면 후안은 도대체 어떤 펭귄이기에

테라스에 살 수 있을까?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책에는 작가가 직접 보고 느낀 상세한 묘사가 나와 있지만

나의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이 없어도

따뜻한 곳에서

잘 살 수 있는 펭귄이 있단 말이가?




마젤란펭귄


크기

67cm


몸무게

3~6kg


서식

바닷가 절벽

모래언덕

숲, 풀밭


분포

마젤란 해협

포클래드 제도

브라질 남부

(아르헨티나 푼타톰보는

마젤란펭귄 최대 서식지)


번식

한배에 2개의 알을 낳음

알을 품는 기간 28일


먹이

바다 물고기

번식기에는 주로 오징어


생활

무리 생활

암수 한쌍 평생 회로





마젤란펭귄은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니다.


펭귄은 남극에서 적도까지

남반구 전체에 18종이 살고 있는데

사막에 사는 펭귄도 있다고 한다.


마젤란펭귄은

눈썹에서 머리 옆과 목으로 돌아가면서

흰 띠가 있고

가슴에는 굵고 가는 검은 띠가 

두 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젤란펭귄과

사촌 격인 훔볼트펭귄은

가슴에 검은 줄이 하나다.


이 훔볼트펭귄이

바로 칠레와 페루의 아타카마 사막 연안에 사는 펭귄이다.


왜 펭귄은 다 남극에 산다고 생각했을까?


교육?

매스미디어?

고정관념?


아무튼

이 마젤란펭귄은

주로 경사진 언덕에 구멍을 파고,

작은 나뭇가지나 잎 등으로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러니

굳이 바닷가가 아닌 곳에서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후안을 처음에 바다에 내려놓았을 때

헤엄을 잘 못쳤다.


타르를 제거하느라 세제로 목욕을 했기 때문에

방수기능을 잃었기 때문라고 작가는 생각했다.



진짜인가?


정말,

펭귄은 방수기능을 가지고 있을까?




펭귄 깃털의 방수기능


2015년 사이언스데일리에 실린 자료를 보면

펭귄의 깃털에는

아주 미세한 나노 구조가 있고,

털이 물에 젖지 않도록 특별한 기름이 분비된다고 한다.


펭귄 깃털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깃털에 공기를 품고 있는 아주 미세한 구멍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물이 달라붙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펭귄 깃털은 이렇게 

초소수성(물과 섞이지 않는 성질이 강한 것) 재질이기 때문에

물에서 나오는 즉시 흘러내라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펭귄의 방수기능은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이용될 수 있다.


특히 비행기의 경우

지금은 비싼 화학처리를 통해

날개에 결빙처리를 하는데,


여기에 펭귄 깃털의 구조를 적용한다면

비용도 덜 들고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아마 곧 그런 기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아직 없는 걸 보면

인간이 아무리 머리가 좋고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 같다.


어차피

우리도 그 생명체 중의 하나니까.


아무튼

그럼 추운 곳에 사는 펭귄들만 방수기능이 있을까?



마젤란펭귄처럼 따뜻한 곳에 사는 펭귄들은

추운 곳에 사는 펭귄에 비해 

깃털에 있는 작은 구멍들이 더 적었고

소수성도 덜했다고 한다.


마젤란펭귄도 엄연히 펭귄으로서

상대적으로 조금 약하긴 하지만

방수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후안에게도 이러한 방수기능이 있었는데.

기름범벅과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약해졌던 것이다.


작가님 생각이 맞았네요.


나중에

이 기능은 완전히 회복돼서

학교 수영코치(?)로 활약하기도 한다.


그 부분은 책 전체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모든 게 부족한 디에고는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거의 왕따 수준의 학생이었다.


그런 디에고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시간이

후안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후안이 처음 학교 수영장에 수영을 하던 날

수줍음 많은 디에고가 같이 수영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작가는 이를 허락했고

잠시 후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후안과 디에고가

너무나도 멋지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내 평생 서로 다른 두 종이 그렇게 교감하는 장면은 처음 봤다.

그 둘은 마치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엣 연주처럼

서로의 기술을 돋보이도록 안무를 하며 완벽하게 교감하고 있었다.

주연도, 조연도 없었다. 

.

.

.

그날 저녁, 그날의 분위기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웠다.

무수히 많은 장면이 한데 어우러지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그런가하면

후안은 학교 럭비팀이 다른 학교와 시합을 할 때

일명 '노룩패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장에게 주어 승리에 기여하기도 한다.


후안은 그냥 펭귄이 아니라

사람들과 완벽히 교감하는 친구였던 것이다.




아스따 라 비스따, 아미고 미오

(우리 다시 만나기를, 내 친구야.) 


그렇게

평생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작가가

탐험정신을 발휘하여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친구 집에 있던 후안이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제대로 된 이별을 나누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파이이야기가 생각났는데,

파이 역시 227일간의 항해 후에,

리처드 파커(벵갈 호랑이)와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한 채 헤어진 것을 몹시 괴로워했다.


마찬가지로

후안과 헤어진 작가는 그의 부재를 통해

그가 남긴 마음 속 빈 자리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놀라운 새를 알고 사랑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특권이었는가를 온몸으로 절감했다.

그 존재의 상실감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나를 짓눌렀다.

이별의 고통은 사랑했던 대상이 

그동안 우리에게 준 모든 기쁨에 대해 요구하는 대가다."


하지만 곧

후안이 남긴 유산이 절망이 아닌 희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후안은

당시 어지러운 세상에서

분노하고 절망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용기와 낙관적인 생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십년 만에 다시 아르헨티나를 찾은 작가는

그동안 풀지 못했던 마지막 퍼즐을 풀게 된다.


구조된 펭귄을 보호하는 곳에서

마카로니펭귄을 보고 

왜 다시 방사하지 않는지 물어봤더니,

펭귄을 한 마리만 방사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은 것이다.

펭귄은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라 

혼자 내버려두변 살지 못한다고.


그제야

작가는 그 옛날 후안이 자신을 따라왔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그렇게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펭귄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 사람도 혼자서는 살지 못한다.

그러니까

더 많은 사람들과 진정한 교감을 나누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아서

늘 후회만 하고 있지는 않나 되돌아보게 된다.


후안은

진심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통한다는 것을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자료를 찾다보니 

이와 유사한 일이 얼마 전 브라질에서 또 있었다.

이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21세기 후안 살바도, 딘딤


지난 2011년 브라질 수자가 해변을 걷던 주앙씨는

해변의 바위 틈에 끼어 있는

마젤란펭귄 한 마리를 발견한다.

당시, 펭귄은 몸 전체가 기름에 덮여 있었다.


주앙 씨는 펭귄을 집으로 데려가

기름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주었다.


그리고 바다로 돌려보냈는데,

얼마 후 다시 돌아온 펭귄은

주앙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주앙 씨는 이 마젤란펭귄에게 

딘딤(번역에 따라 징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11개월을 같이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딘딤이 사라졌고

주앙씨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월이 되자 

거짓말처럼 딘딤은 다시 돌아왔다.


주앙씨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살다가

다음 해 2월이 되자 다시 떠난 딘딤.


그러나

6월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딘딤.


그러니까

6월부터 그 다음 2월까지 

여름을 주앙씨와 함께 보내기 위해

매년 약 8천km를 헤엄친다고 한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딘딤이라는 이 친구, 혹시 후안의 후손은 먼 후손이 아닐까?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과 좋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후안의 자손인 것만 같다.


어쩌면

모든 동물이 은혜를 잊지 않는지 모르겠다.

은혜를 갚은 동물 이야기는 아주 많으니까.


이런 이야기가 더 많아지려면

사람들이 

더 많이 은혜를 베풀어야 하는 건 아닐까?


아니다.

21세기 후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기하고 반가우면서도

씁쓸했던 것은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바다에서 기름을 뒤집어 쓴 펭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이기심으로

발전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우리의 친구들이

더이상

집을 잃고 목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이유라면

누군가에게 후안이 되고 딘딤이 될 동물들이

더이상 생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이야기가 현실이 되게 한 

작가의 탐험정신은

배우고 싶고, 

그 실천의 결과는 몹시 부럽다.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오.

문을 나서면 내리막길

길은 저 멀리 아득히 끝간데 없고

이제 나는 힘닿는 데까지 걸어야 하리.

팍팍한 두 다리를 끌고,

더 큰 길이 보일 때까지

많은 길과 일을 만나는 곳으로

다음엔 어딜까? 난 모른다네."


- J.R.R. 톨킨 -







[참고]

[두산백과] 마젤란펭귄

[프리미엄 조선] 모래언덕에 사는 마젤란펭귄, 나뭇가지 둥지에 알 낳아요

[The ScienceTimes] 펭귄 깃털의 비밀

[SBS] 매년 8천km 헤엄쳐 은인 만나러 오는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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